하나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 믿음은 며칠짜리 믿음일까. 주일에 교회를 다녀오거나 말씀을 읽고 기도할 때면 마음이 거룩해진다. 그리고 내게 주신 삶에 감사드리며 하나님 뜻에 따라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주일이 지나고 나면 나는 믿음 없는 비신자들과 다르지 않다. 세상의 유혹에 넘어지고, 습관처럼 죄를 반복한다. 게다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기에는 터무니없는 생각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예수님께서는 비판하지 말라 하셨다. 정죄하지 말라고도 하셨다.
원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베풀라고 하셨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십 수 년간 믿음 없이 살아온 나로서는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대학교에 처음 들어와 CCC에서 믿음 없이 1년간 활동했던 이유는 바로 그 목적 없는 사랑 때문이었다. CCC 사람들은 나에게 잘해주었는데, 그들이 나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굉장히 미스테리했다.
종교에 회의적이었던 나는 예배에 더 많은 헌금을 모으기 위해서 잘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활동에 강요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동아리 사람들은 나를 더 챙겨주지 못하고 밥을 사주지 못해서 미안해했다.
동아리 사람들에게도 내 존재는 상당히 미스테리였을테다. 부모님은 불교고, 자신은 무교라는데 자꾸 기독교 동아리에 와서 예배에 참여했으니 말이다.
사람이 좋아서 나오던 동아리였는데, 문득 이 사람들이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하는 하나님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애초에 하나님이 진짜로 있기나 한 걸까 궁금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으니 정말로 하나님께서 계시다면 믿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1년째 되는 날, 나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제 나는 그게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걸 안다. 그건 내가 지금껏 부모님 빼고는 느껴본 적 없는 목적 없는 사랑이었다.
나는 내가 받은 사랑을 베풀고 싶다. 나를 사망에서 건지신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게 마음밖에 없으니 내 삶 속에서 작은 것들이라도 베풀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다.
요즈음 나는 혼잡한 지하철을 타게 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나는 좁은 공간에서 내 자리 하나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나는 그게 꼭 세상에 작은 내 자리 하나 만들려고 발버둥 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하늘에 내 자리 만들기 위해서 하나님 뜻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이런 데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게 부끄러웠다.
물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서 뭐라고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각자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웃과 형제에 대한 사랑은 잊고 사는 건 아닌가 싶었다.
누가복음 6장 41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라고 말씀하신다. 타인에게 엄격하여 결점을 지적하고 조롱하면서 자신의 잘못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시는 말씀인데, 이 말씀은 나에게 많은 찔림이 되었다. 나는 나를 높이고 작은 내 자리 하나 만들겠다고 다른 사람을 쫓아내고, 낮추고 있지는 않은가? 하지만 주 앞에서 나를 낮출수록 주께서는 우리를 더욱 높이시는 분이시다.
이 시간 내 뜻이 아닌 선하신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나를 낮추고 하나님을 높이며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느끼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해본다.
누가복음 6:35-38
35 오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무 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라 그리하면 너희 상이 클 것이요 또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 되리니 그는 은혜를 모르는 자와 악한 자에게도 인자하시니라
36 너희 아버지의 자비로우심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자가 되라
37 비판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요 정죄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정죄를 받지 않을 것이요 용서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용서를 받을 것이요
38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로마서 12:14-21
14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
15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16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하지 말라
17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18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
19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20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21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