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18개월의 시간을 보내고도 입대하기 전과 전역한 후에 변화가 없다면 그건 사라진 시간이 아닐까? 말 그대로 의미 없는 군 생활을 보낸 셈이다. 다들 유의미한 군 생활을 하기를 바라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주변의 많은 해병들은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사이버 지식 정보방에서만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 전역할 때쯤 되어서 군 생활 동안 전역 이후의 삶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역하고 뭘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안 그래도 아까운 시간을 더 아깝게 만들지 말자.
내가 영어 공부를 시작한 건 일병 3호봉 때 휴가를 복귀하고 나서부터였다. 과업하고 혼나면서 바쁘게 보냈기 때문에 22시부터 00시까지 연등 시간 이외에는 거의 공부를 하지 못했다. 대대에서는 일병은 도서관에 출입할 수 없다는(듣기만 해도 부끄러운) 인계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곳은 그런 게 없었다. 과업이 익숙해지고 하는 일에 부담도 줄어들자 점심시간에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쉬는 시간, 자투리 시간 등을 이용하여 공부 시간을 늘려갔다.
상병이 됐을 때부터는 6시 30분에 기상하자마자 단어장을 보면서 전투복으로 환복하게 되었다. 막 공부 연등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그전까지 항상 22시에 소등하고 취침했기 때문에 비몽사몽 졸면서 공부하곤 했는데 지금은 00시까지 혼자 남아 공부하는 게 익숙한 일이 되었다. 그렇게 공부하자 보이지 않았던 답이 보이듯 군 생활에도 끝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바쁘게 공부하며 보낸 10개월이 있었다.
찾으면 군 생활 동안 할 수 있는 건 많이 있다. 스쿠버 다이빙, 지게차 자격증 취득부터 어학점수 취득까지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고, 무료 인터넷 강의와 책 구매 비용 지원 등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단지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군대에서의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마가복음 11장 24절
군대에서 안 될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 바로 시작하라. 해병대의 고립된 환경은 오히려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기 좋다. 많은 사람들이 논하는 군 생활 잘 한다는 거, 선후임이랑 잘 지내고 과업 열심히 참여하는 것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자기개발하며 그 시간을 잘 활용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거 같다. 결국 전역하고 남는 건 내가 공부한 것들이다.